골 깊어지는 美-中 이번엔 ‘환율 맞짱’

입력 2010-02-04 18:39

오바마 “위안화 문제 해결을”-중국 “환율 합리적” 콧방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위안화 환율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위안화 환율 문제는 당장 양국의 국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무역전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문제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율 문제가 미국의 무역경쟁에서 ‘막대한 불이익’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의 무역에서 더 강력하게 기존 무역규칙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덤핑관세 등 보복관세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다.

이에 대해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위안화 환율은 합리적이고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과 무관하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중국은 그동안 일관되게 안정적인 환율정책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점진적이고 낮은 수준의 위안화 절상은 고려할 수 있지만 미국 등 서방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급격한 환율변동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위안화 환율을 함부로 절상할 수 없다는 게 중국 당국의 생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한 주임은 언론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중국이 환율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면서 “위안화 환율이 미국의 요구 수준에 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국가발개위 거시경제연구원 쭤촨창(左傳長)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미국 내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쇼’로 아무 실제적 의미가 없다”고 폄하했다.

위안화 절상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국제기구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또 중국 내 일각에도 위안화 절상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가운데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