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는 누구… 14選의 정계 지존, 계파 의원만 150여명

입력 2010-02-04 21:54

2009년 12월 10일. 일본의 하네다(羽田), 나리타(成田), 간사히(關西) 등 3곳의 공항에서 전세기 5편이 줄줄이 하늘로 떠올랐다. 일본 의원 143명과 지지자 등 600여명이 나눠 탑승한 작은 ‘민간 비행군단’의 목적지는 중국의 베이징.



일본 정계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 간사장이 이끄는 역대 최대로 꼽히는 매머드급 방중단(訪中團)의 행차는 요란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일본 의회의 3분의 1이 넘는 의원을 대동, 일본 정계의 상왕(上王)으로 자리매김한 자신의 위상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중국 측도 파격적인 예우로 맞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관례를 깨고 143명 의원 전원과 악수하고 기념사진 촬영에도 응했다. 당초 후 주석 측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난색을 표했으나 오자와가 “그렇다면, 가지 않겠다”고 버티자 응낙했다는 후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오자와 간사장’이라는 일본 집권 투톱 체제의 한 축인 오자와의 힘을 과시한 대표적인 사례다.

오자와 간사장의 능력은 5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던 지난해 8·30 총선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자민당의 몰락, 민주당의 완벽에 가까운 승리’는 그의 치밀한 선거 전략을 통해 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 ‘선거의 신’ ‘킹메이커’ ‘정치 9단’이라는 별명이 이유 없이 붙은 게 아님을 선거 결과로 보여준 것이다.

영원한 야미쇼군(暗將軍·막후실력자)으로 군림했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심복이었던 만큼 오자와는 보스를 정점으로 펼쳐지는 계파정치의 달인으로 꼽힌다. 그의 친위세력을 지칭하는 ‘오자와 칠드런(children)’에 속하는 민주당 의원은 최대 150여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 정계에 입문, 14선(選) 가도를 달려온 오자와는 그의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또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풍운아 오자와가 향후 어디까지 운신의 폭을 넓힐지 주목된다.

이동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