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강기갑의 수염

입력 2010-02-04 18:17

공중부양(空中浮揚)이란 중력에 대항해 안정된 위치 내에 물리적 접촉점 없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능력인데, 극장 마술에서 관객 눈을 속이는 가장 흔한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를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 붙는 게 공중부양이다. 자칭 경제공화당 총재라는 허경영씨가 공중부양을 한다고 주장해 한때 화제가 됐는데 강 대표가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허경영을 제치고 공중부양의 1인자로 등극했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공중부양’을 검색하면 전에는 허경영이 떴는데 요즘은 강 대표가 도배를 한다.

국회 사무총장실 탁자 위에서 분명 두 발을 딛지 않고, 다시 말해 물리적 접촉점 없이 공중에 뜨긴 떴다. 하지만 두 다리의 힘을 반(反)중력의 에너지로 이용했음이 분명한데 공중부양이라는 초능력적 표현을 얻은 게 좀 의아하다.

그가 초능력자 반열에 오른 것은 턱수염과 두루마기, 고무신 등 도인의 풍모 덕분인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과연 사람들이 공중부양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어쨌든 인지도로만 따지자면 ‘강기갑 공중부양’만큼의 히트상품이 없어 보인다.

강 대표에게 수염을 깎고 양복을 입으라는 주문이 있는 모양이다. 보수논객인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한복을 전투복으로 사용함으로써 한복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면서 “재선 국회의원답게 수염을 깎고 한복도 벗어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춰라”고 일갈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수염을 깎았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41.4%로 ‘현재가 괜찮다’는 응답 39.8%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그럴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인터뷰에서는 “조물주가 우리에게 털을 왜 심어놨겠나. 다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염을 말끔히 깎고 양복을 차려입은 강 대표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차림의 국회의원 한 명 있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굳이 도인 차림이 아니더라도 국회에는 초능력자들이 적지 않다. 사람을 타고 올라가 창문 너머로 소화기를 뿌려대니 가히 슈퍼맨이라 부를 만하고, 의원석은 비어있는데 전광판에는 찬반이 표시되니 염력(念力)을 이용한 게 분명하다. 또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져 엉뚱한 방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니 공중부양보다 고난도의 ‘순간이동’ 기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래저래 국회는 국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다.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