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불법낙태… 檢 판단은

입력 2010-02-04 18:19

커다란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는 낙태 문제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선거에서 낙태 허용 여부를 놓고 후보 간에 격론을 벌일 만큼 휘발성이 있는 문제여서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은 4일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산부인과 병의원 4곳을 고발한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안상돈)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고발장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프로라이프 의사회 차희제 회장 등 고발인을 먼저 불러 조사한 뒤 낙태 시술 혐의를 받고 있는 산부인과 병의원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측이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산부인과 등을 추가 고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이지만 병원 관계자들이 실제로 형사처벌받게 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추정하는 낙태 건수는 연간 수십만건이다. 하지만 지난해 낙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입건된 60명 중 실제로 기소된 경우는 9명에 불과했다. 혐의 없음(12명)이나 기소유예(27명), 기소중지 등 기타(12명) 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더 많았다.

기소가 이뤄져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집행유예 등으로 처벌을 면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법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임모씨로부터 10주가량 된 태아를 낙태시킨 산부인과 의사 홍모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낙태가 현행법상 무거운 죄에 해당되지만 낙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홍씨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은 낙태를 실시한 임신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시술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영주 대검찰청 형사2과장은 “낙태는 민감한 문제지만 형사처벌이 사문화돼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