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왜 이러나… 강남 현금가방 탈취·대법원장 달걀투척 등 지지부진

입력 2010-02-04 18:16

수사 공조·초기대응 미흡… CCTV 지나친 의존도 문제

올 들어 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며 의욕적으로 수사에 나섰던 경찰이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사건 해결이 지체될 때 시민의 신뢰는 무너진다”고 강조했던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취임사가 무색하다.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현금 가방 탈취 사건이 발생하자 이튿날 서초경찰서는 반포지구대에 전담 수사본부를 차리고 경찰 30명을 투입했다. 하지만 2주가 되도록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사건 발생 직후 용의자를 놓친 것이 수사 장기화로 이어졌다. 당시 고(故) 이용삼 민주당 의원 운구 행렬을 위해 올림픽대로의 교통을 통제하고 있던 경찰은 탈취범이 탄 오토바이가 정지 신호를 무시한 채 전속력으로 달아나자 도로교통법 위반 스티커를 발부하기 위해 추격했다. 하지만 범인들은 경찰을 따돌린 채 유유히 사라졌다. 현금 가방 탈취 용의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서초서 담당자를 제외한 다른 경찰관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사의 기본인 공조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4일 “사건 발생 24시간 안에 범인 검거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발생 직후부터 수사 기법을 총동원해야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앞에서 벌어진 이용훈 대법원장 차량 달걀 투척 사건도 마찬가지다. 용산경찰서는 사건이 발생하자 “용의자 신원을 파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답보상태다. 용산서 관계자는 “증거자료 확보가 쉽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내 고(故)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동작경찰서는 전담 수사팀을 꾸려 범인 색출에 나섰다. 이 사건의 용의자 검거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발화 지점이 CCTV의 사각지대이고 현장은 흙으로 덮여 훼손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찰 수사가 CCTV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CCTV가 범죄자 검거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다양한 수사 기법을 개발해 수사 장기화를 막아야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현 이경원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