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보스 뜻만 따르는 정치인 안타깝다”

입력 2010-02-04 21:43

친박 “논리·이론 없는 막말 수준의 답변”

정운찬 국무총리는 4일 “정치인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계파 보스의 입장을 국민 뜻을 대변하는 의원의 본분보다 앞세우기 때문에 정쟁 문제가 됐다”며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야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친박계 의원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정 총리는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8년 전 세종시 문제가 터져나온 것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인이 최근 지역에 가서 (반대 입장을) 말하는 것 역시 어떻게 하면 그 지역에서 표를 잘 얻을 수 있느냐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충청 여론을 묻는 질문에 “충청도민들은 수정안이 원안보다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정치인들이 (지역에) 가서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충청도민들이)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정안의 국회 통과 전망에 대해서는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 안 되는 것을 상상하지 않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반대측 의원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총리 발언에 대해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총리 자신과 친이계 의원들이 세종시 백지화 방안에 찬성하는 것은 이명박 보스의 뜻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인가”라며 “총리는 논리도 이론도 없는 막말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대정부 질문자로 나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행정도시를 무산시키는 공약을 했으면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 대통령은 표를 도둑질한 것”이라며 “이 정도면 대통령직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정 총리는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사과까지 했는데 물러나라는 것은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당내 의원모임인 ‘통합과 실용’ 주최 세종시 토론회에서 “(세종시 문제를) 언제부터 논의할지는 결정해야 하며, 이것마저 회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