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밴쿠버-(하)신화에 도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서 한국 빙속 첫 올림픽金 노린다
입력 2010-02-04 18:25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그동안 성장 장애를 앓았다. 1976년 경희고 3학년생 이영하가 세계주니어빙상선수권대회 개인 종합 1위를 차지했을 때 한국의 겨울올림픽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당시 이영하보다 아래였던 에릭 하이든(미국)은 4년 뒤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 5관왕에 올랐다. 이영하는 몇 년 뒤 조용히 은퇴했다. 이영하 뒤로 등장한 배기태 김윤만 제갈성렬 유선희도 세계 정상급 기록이었으나 올림픽 금메달 앞에서 성장이 멈췄다.
◇“밴쿠버에선 다르다”=한국이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종목은 남자 500m다. 가능성도 높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에게 ‘이번엔 확실한가’라고 물었더니 “예전 올림픽에서는 자기 실력에 운까지 더해져야 금메달이 가능했지만 밴쿠버에선 제 컨디션만 유지하면 금메달”이라고 했다.
이규혁(32·서울시청) 이강석(25·의정부시청)이 한국 빙상 100년사 숙원을 이뤄줄 남자 500m 금메달 1순위다. 이규혁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34초26은 역대 세계 남자 500m 3위 기록이다. 이강석도 2년 3개월 전인 2007년 11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34초20을 세웠다.
◇남자 500m 金 경쟁 구도=세계기록(34초03) 보유자인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34)이 출전한다. 남자 500m와 1000m에서 총 10차례 세계신기록을 세운 워더스푼은 홈 그라운드 어드밴티지를 안고 금메달을 노린다.
그러나 워더스푼은 나이가 30대 중반이고, 유독 올림픽에 약했던 점(1998년 나가노 500m 은메달이 유일), 지난해 입은 왼쪽 팔 부상 때문에 팔의 힘찬 가르기 동작이 중요한 단거리 스피드에서 한계가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 관계자는 “워더스푼은 세계기록을 세운 2007년 이후 하향세지만 이규혁은 불과 두 달 전에 역대 세계 3위인 개인 최고 기록을 냈기 때문에 이규혁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의 부담은 지난해 시즌 성적 최상위권에 있는 핀란드의 미카 푸탈라(34초31), 미국의 터커 프레드릭스(34초35) 그리고 오이카와 유야(34초27) 나가시마 게이치로(34초38) 가토 고지(34초45) 3인방으로 구성된 일본이다.
이규혁과 이강석이 경기 당일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특히 출발과 코너웍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금메달 관건이다. 남자 500m 결승 레이스는 한국시간 16일 오전 10시28분 시작된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의 도전=남자 1000m와 여자 500m에서도 메달을 기대한다. 한국 선수단은 남자 1000m 모태범(21·한국체대) 또는 이규혁을 은메달 예상 리스트에 올려놨다. 모태범과 이규혁은 이 종목 세계랭킹 2·3위다. 세계랭킹 1위이자 세계기록(1분6초42) 보유자인 미국의 흑색탄환 샤니 데이비스(2006년 토리노 남자 1000m 금메달리스트)가 넘어야 할 벽이다.
여자 대표팀 에이스 이상화(21·한국체대)는 500m에 나선다. 4년 전 토리노 대회에 17살 여고생으로 참가해 경험 부족으로 아쉬운 5위에 그친 이상화는 지난달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 개인 종합 금메달을 따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남자 5000m 이승훈(22·한국체대)은 6분10초대 이내에만 진입할 경우 깜짝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남자 5000m 세계기록은 2007년 11월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가 세운 6분3초32이며 이승훈 개인 최고 기록은 6분14초67이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