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작권 전환 재협상에 적극 나설 때다

입력 2010-02-04 17:58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3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관한 한국의 우려를 “미국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재협상 가능성으로 해석되자 캠벨 차관보는 의미를 축소하려 했고, 외교통상부는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캠벨 발언은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들을 불러 놓고 한 것이다. “양국 고위 지도자들 간에 더욱 대화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말도 했다. 차관보급이 재량껏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지난 1일 발표된 미 국방부의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는 전작권 전환 일정을 고수하면서 주한 미군을 다른 지역으로 차출하는 ‘전략적 유연성’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3일 하원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미 육군이 신속하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이 우리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2012년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가 이뤄질 경우 안보 상황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국면이 된다. 북한은 같은 해 강성대국 완성을 공언하고 있다. 재래식 전력에서 우리가 앞서 있다고 하나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전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최근 “2012년에 전작권이 넘어오는 것이 가장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자주국방을 내세워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자 미국은 불쾌했지만 내심 새로 짜고 있던 군사전략과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반미와 자존심을 앞세워 안보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결여한 포퓰리즘의 대가는 621조원 규모의 국방비 부담으로 돌아왔다. 지금 미·일 관계는 몹시 삐걱거리는데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캠벨 발언이 전작권을 카드로 한국에 군사적 지렛대를 보강하려는 미국의 의도라면 해볼 만한 거래다. 경제난과 후계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의 불안정성은 한반도의 시한폭탄이다. 체제급변 사태까지 현실성 있게 거론된다. 그럴수록 한·미 연합전력은 절실하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재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