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자 자존심 팽개친 교장들
입력 2010-02-04 17:58
교육 당국이 2004년부터 추진해온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성공한 정책으로 분류된다. 사교육 수요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공교육을 보완하겠다던 당초 취지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왔기 때문이다. 특히 비싼 돈을 내고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겐 많은 도움이 됐다. 이에 따라 방과후 학교는 현재 서울에서만 268개 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등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곳에도 비리의 검은 손은 어김없이 활개를 쳤다. 서울지역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 5명이 방과후 학교 위탁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이다.
관련 교장들의 수법은 교육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교묘하고 치사하다. 한 교장은 업체 대표를 교장실로 불러 “학생 한 명당 만원씩 매달 사례금을 달라”고 대놓고 요구했다. 또 다른 교장은 수업과 무관한 일로 강사들을 괴롭히며 돈봉투를 채근했다. 돈을 받기 전까지는 학생 모집 공고를 미루겠다는 위협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교육계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방과후 학교에서도 이런 비리가 횡행해왔다는 사실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뇌물을 주고 들어간 업체의 실력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학부모들의 한탄에서 보듯 이번 사안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전체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동안 방과후 학교와 관련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8년 12월에도 방과후 수업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학습지 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현직 교장과 교육공무원 50여명이 무더기 적발된 적이 있다. 앞으로 방과후 학교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유사 사건이 터질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재발을 막으려면 학교장이 업체 선정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과정을 실질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시·도 교육청의 업체 선정 참여도 고려해야 한다. 물의를 일으킨 업체의 시장 완전 퇴출도 불사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