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경애 (9) 막내딸 대입 코앞에 두고 니카라과 단기선교
입력 2010-02-04 17:37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주님께 드릴 것”
하나님의 복은 계속됐다. 막내딸 조이는 하버드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은 데 이어 2008년 4월 15일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100만 달러 장학금 수혜자에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10년간 박사 공부가 끝날 때까지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학비는 비싸다. 명문 사립대는 더욱 그렇다.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도 학비 때문에 못 가는 경우가 많다.
막내는 어렸을 때부터 ‘척척박사’였다. 무엇이든 혼자서 해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숙제나 준비물을 잊은 적이 없고, 철저하게 시간표를 작성해 그대로 움직였다. 특히 조이는 엄마 혼자 힘들게 일한다며 유난히 공부에 집중했다.
꼬박 밤을 새우기도 여러 번, 애처로울 때가 참 많았다. 그러면서도 조이는 신앙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금요 성경공부와 주일예배는 꼭 지켰다. 한번은 조이가 12학년이 되던 여름, 한창 공부로 바쁠 시기에 갑자기 남미 니카라과로 선교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12학년은 한국으로 치면 고3 수험생으로 촌각이 아까운 시기였다. 성적 관리며 시험 준비, 서류 준비 등으로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때였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입학 때까지 3개월간 쉴 수 있으니 그때 가는 게 어떠냐”고 조용히 아이를 타일렀다. 그러자 조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지, 남아도는 시간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조이는 그때 선교기금도 모았다. 1800달러 정도를 모았다. 선교에 들어가는 비용는 1500달러였다. 300달러가 남으니 나는 조이에게 필요한 학용품을 사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이는 단호했다. “저는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아니에요.”
사도행전을 보면 아나니아와 삽비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가 밭을 팔아 하나님께 바치기로 했는데, 금액의 일부만 가져와서는 전부 가져왔다고 거짓말했다. 결국 하나님의 진노로 죽임을 당했다. 조이의 일침에 큰 것을 깨달았다. 결국 조이는 2개월간 선교 훈련을 받고 2주 동안 니카라과로 단기 선교를 갔다 왔다. 이처럼 아이는 선교 열정 또한 대단했다.
또 고교 때는 봉사서클 회장까지 맡아 열심히 봉사를 다녔다. 어느 날 조이가 긴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나섰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여학생들에게 긴 머리는 자랑거리였다.
“엄마,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러 갔다가 백혈병에 걸린 여자 아이를 만났어요. 그 아이가 병을 치료하느라 머리카락이 다 빠져 모자를 쓰고 있는데 무척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과 머리카락을 자르기로 했어요. 후에 그 아이들이 쓸 수 있는 가발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얼마나 기특한 생각인가. 그렇게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아이인데, 어찌 축복하지 않으실까.
하나님은 어린 딸의 믿음과 헌신을 기쁘게 받으셨다. 12학년 말 조이는 3200명의 학생들을 제치고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했다. 또 8000명 관중 앞에서 대표로 졸업 연설을 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확실하게 책임져주신다. 그리고 하나님은 항상 더 좋은 것으로 우리에게 주시기를 원하신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 1:7).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