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이 들려주는 생명·평화 메시지… ‘야생초학교’

입력 2010-02-04 18:07


야생초학교/황대권 글·윤봉선 그림/토토북

겨울이라 땅이 꽁꽁 얼어 있지만 그 아래에는 작은 생명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봄이 오면 땅을 비집고 올라올 새싹들을 꼬옥 품은 채.

황대권 작가가 쓴 ‘야생초 학교’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들풀에 대한 이야기이며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다. 주변의 작은 생명체들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우 삼촌으로 불리는 작가는 초등학생 일곱 명과 경기도 하남시 이성산성 자락 야생초 학교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 차례씩 만났다. 3월 첫 수업에서는 들판에서 엉컹퀴, 도꼬마리, 돌콩 등 야생초 씨앗을 직접 찾고, 땅에 심기도 했다.

민들레, 꽃마리, 꽃다지, 서울제비꽃, 개망초, 냉이, 씀바귀, 개별꽃…. 잘 살펴보면 들판에는 무수히 많은 야생초들이 자라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을 때는 잡초에 불과하지만 마음을 주면 그 들풀들은 다정한 친구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철따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야생초를 만져보고, 그려보고, 냄새도 맡아보면서 야생초의 세계에 하나 하나 눈을 떠 간다. 바우 삼촌이 손으로 비빈 야생초 비빔밥도 먹어보고, 야생초로 우려낸 차도 마신다. 풀피리도 불고 꽃장식도 만들고, 야생초 김치도 담근다. 그렇게 야생초를 매개로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아이들은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12월 마지막 수업시간. 바우 삼촌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내가 야생초를 통해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들판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한 송이 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거야. 그 친구들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거야.”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으면서 자연의 본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야생초야 말로 우리를 자연으로 연결해 주는 일급 안내자이지.”

작가는 “풀 이름 하나 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그 보다는 풀을 통해 우리 모두의 고향인 자연을 더 잘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8년전 ‘야생초 편지’로 널리 알려진 작가는 전남 영광에서 농부로 살면서 생명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