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촛불집회 등 사건 배당정보 공개해야”

입력 2010-02-03 18:51

2008년 당시 서울중앙지법의 촛불집회 등 형사사건 배당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3일 법원공무원노조가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원노조가 요구한 재판부 배당 관련 자료는 공개되더라도 재판 결과나 심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없다”며 “정보를 공개하면 법원에서 배당 업무를 맡은 사람이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일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보 공개로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헌법상 법관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 공개로 사건 배당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소모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논란과 오해는 배당에 관한 규정 개선과 일관성 있는 사건 배당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노조는 촛불시위 사건 재판부 배당에 대한 의혹 때문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2008년 10월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피고인이 법조문의 위헌 여부를 다투지 않는다면 (야간 옥외집회 위헌 결정을 기다리지 말고) 통상적으로 처리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게 원인이었다. 이후 법원노조는 촛불집회 사건이 특정 재판부에 집중적으로 배당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2008년 6월 11일부터 2009년 2월 15일까지 형사단독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 내역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사건 배당 정보를 공개하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공공기관은 될 수 있는 한 청구인의 공개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례가 있지만 ‘재판과 관련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직무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비공개로 한다’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규정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노조는 서울중앙지법의 거부 직후인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