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과거 매달려 분란 일으키면 안돼”… 친이-친박, 세종시 대립 점입가경
입력 2010-02-03 18:48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 친이계와 친박계의 전투가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3일에도 ‘박근혜 때리기’를 계속했다. 정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대화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다보스 포럼을 보면서 과거에 매달려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정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세종시 토론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했다.
그러자 친박계 이경재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 대표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악이고 수정안은 미래라고 말했는데, 미래를 약속하는 안이었으면 몇 개월 전 재·보선 때는 왜 원안대로 하는 게 국민의 바람이고 또 원안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느냐”고 따졌다. 또 “당내 갈등을 첨예화시키는 식의 발언을 계속 주고받을 경우 당이 상당한 위기에 처하고 지방선거와 이명박 정부의 성공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범친이계인 남경필 의원은 세종시 당론 변경을 논의하기 위한 조기 의원총회 소집을 제안했다. 남 의원은 “지난 한 주간 당내 토론을 하지 않았지만 갈등은 더 커졌다”며 “의총을 무조건 미룰 게 아니라 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의총을 열 수 있게 돼 있으니 이런 요구가 있을 땐 지도부가 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의총 소집권을 갖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총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2일 이후가 좋겠지만, 의원들이 소집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내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국회에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을 초청해 세종시 관련 토론회를 가졌다. 권 실장은 “신뢰는 올바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며 “충청도 등을 나쁘게 만드는 것을 갖고 신뢰를 내세우는 것은 지도자,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바른 게 아니다”고 박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권 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있으면서 세종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사람으로,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며 “총리가 인사 조치를 포함해 엄중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