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배 불린 ‘방과후 학교’… 업체 선정 대가 금품수수 혐의

입력 2010-02-03 21:20

전·현직 초등학교장 5명 기소

방과후학교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은 초등학교 교장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수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이들을 직위해제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성범)는 3일 방과후학교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김모(60) 교장 등 서울 지역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위탁 업체 대표 이모(58)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교장 등은 2003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 업체가 영어와 컴퓨터교실 위탁 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700만∼2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들은 특히 방과후학교가 활성화된 2006년 이후 집중적으로 뇌물을 받았고, 뇌물을 챙기기 위해 악의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 방과후학교를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방과후학교 운영을 승인한 이후에도 학생 모집 공고를 지연시켰다. 또 학생들이 업체에 내는 수강료 가운데 1인당 1만원을 자기 몫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거나 강사들에게 교육과 무관한 이유로 트집을 잡는 등 업체가 뇌물을 주도록 강요했다.

이들은 교장실 등에서 3∼16차례 현금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당 방과후학교 규모는 영어 120∼150명(월 수강료 10만원 이하), 컴퓨터 350여명(월 수강료 3만원 이하)이다.

검찰 관계자는 “절차상 학교운영위원회가 방과후학교 업체 선정을 심의하지만 관련 정보가 별로 없어 교장이 선정한 업체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며 “사실상 교장이 전권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비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교장들이 받은 뇌물은 결국 교재와 수강료 인상을 야기해 학부모 부담을 높였다. 검찰은 방과후학교 비리와 관련, 현직 교장 1명을 비롯해 다른 학교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검찰로부터 수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해당 교장 등을 즉각 직위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관련자 전원을 중징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방과후학교 참여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업체는 정당하지 않은 업체로 지정해 재참여도 금지시키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반부패·청렴 종합 대책을 통해 금품수수, 횡령, 성폭력, 성적 조작 등 4대 비리 가담자는 한 번만 적발돼도 즉각 직위해제하고 해임이나 파면 등 중징계받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박유리 박지훈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