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식 은행규제 강화 안한다”

입력 2010-02-03 18:37

정부가 선진국에서 일고 있는 은행 규제 강화 움직임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기 이후 관리·감독 강도를 높일 필요성을 체감했지만 우리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 규제 완화, 투자은행(IB) 업무 확대, 대형화 정책을 계속 추진키로 했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는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위기 이후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미래 비전’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미래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는 그동안 금융 규제가 강해 초등학생 수준의 자율만 허용했다가 일부 완화로 중학생 수준으로 올라가려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적 논의를 그대로 적용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면 다시 자율화 정도를 초등학생 수준으로 되돌리는 잘못을 범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분리가 철저하고 은행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볼커 룰’로 대표되는 글로벌 흐름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볼커 룰은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이 내놓은 은행 규제 법안이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분리, 투기적 거래 규제(사모펀드나 헤지펀드 운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참석자들은 금융 국제화로 대외 위상을 높이고, 아시아 금융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진 위원장은 “앞으로 구조적 취약 부분은 철저히 개선하고 우리가 추진해 왔던 금융산업 육성 노력도 지속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