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연초부터 바다 건너 해외로… 해외사업 올인·국내시장 뒷전
입력 2010-02-03 18:38
‘(바다를) 건너면 살고, (국내에) 머물면 죽는다.’
연초부터 주요 건설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농반진반으로 떠도는 얘기다. 주요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국내 사업을 제쳐두고 플랜트 등 해외시장 공략을 선언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해지고 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해외건설 수주에 올인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해외사업의 수주 목표액은 120억 달러. 업계 최대 규모이면서 지난해(45억 달러)보다 무려 170%나 높여 잡은 것이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역시 “올해는 해외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20%에서 최대 35%까지 확대할 방침”이라며 “해외 원전은 꼭 수주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시장을 향한 건설업계의 ‘올인’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3일 국토해양부 및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20억7633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37억5972억 달러)의 5배가 넘었다. 정부의 연간 수주 목표치(600억 달러)의 36.7%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먹구름이 가득하다. 중견건설업체인 H건설의 한 전무는 최근 주택건설업체 신년하례회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온 몸으로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재정투입이 상반기에 끝나면 하반기부터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거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 업체들은 일년 내내 겨울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권에서 일부 업체에 대한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면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설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말 서울지역에 본사를 둔 한 건설사는 갑자기 터져 나온 ‘3월 부도설’ 때문에 곤욕을 치른 뒤, 허위사실 유포자를 잡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내 시장이 어려워지면 업체들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택시장이 와해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