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보폭 넓혀가는 이서현 전무… 여성복 ‘구호’ 뉴욕 첼시 예술센터서 단독 컬렉션

입력 2010-02-03 18:27


파리에도 쇼룸 내달 오픈… 글로벌 브랜드화 목표

제일모직이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를 미국과 프랑스에 진출시킨다. 구호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37·사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가 키운 브랜드다.



제일모직은 오는 10일 미국 뉴욕 첼시의 예술센터에서 ‘헥사 바이 구호(hexa by kuho)’ 단독 컬렉션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다고 3일 밝혔다. 전 세계 심장부인 뉴욕에서 단독 컬렉션을 여는 것은 국제시장에서도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뉴욕 컬렉션은 1년에 2번 열린다.

제일모직은 11∼17일 쇼룸을 열고 바이어를 초청해 구호의 인지도를 높이고 수주 계약도 따낼 계획이다. 외국 기자들을 초청, 미디어 섹션도 열기로 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패션 전문지 보그 기자 등이 꼭 참석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도 쇼룸을 열고 패션 전문 기자와 바이어를 초청할 계획이다.

구호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하나였으나 2003년 제일모직에 흡수되면서 상승 가도를 달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주위의 회의적 반응에도 구호 인수를 강력히 추진한 인물이 이 전무다. “여성복 시장은 독립 디자이너들의 독무대다.” “대기업이 운영한다고 잘 될 품목이 아니다.” 이 전무는 이 같은 회사 안팎의 의견을 물리치고 장기 비전에 따라 구호 인수를 밀어붙였다.

구호를 25억원에 인수한 이 전무의 결정이 성공작으로 평가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호는 2003∼2009년 매출이 연평균 50% 가까이 신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인수 초기 매출의 6배에 이르는 7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극심한 불황으로 패션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했는데도 구호 매출은 전년 대비 22% 신장했다.

이 전무는 구호를 필두로 여성복 브랜드를 성장시키면서 캐주얼과 신사복 중심이었던 제일모직 패션 부문 포트폴리오를 고르게 개선했다. 2002년까지만 해도 ‘빈폴’을 비롯한 캐주얼 브랜드 매출 비중이 61.6%, ‘갤럭시’, ‘로가디스’ 등 남성 신사복 비중이 31%였다. 여성복 매출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부문별 매출 비중은 캐주얼 58%, 신사복 23%, 여성복 19%로 여성복 비중이 늘었다.

구호를 개발한 디자이너는 정구호(48) 상무. 정 상무는 자신의 이름을 따 구호 브랜드를 만들었고, 여기에 제일모직 패션 부문 기획을 지휘하는 이 전무의 경영 노하우와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패션업계는 분석한다. 제일모직은 구호의 브랜드 파워 상승세에 맞춰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0% 신장치인 900억원으로 정했다. 이 전무의 실험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