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핵심기술 무더기 유출… 경쟁사 하이닉스에 13건 넘어가
입력 2010-02-03 18:26
협력업체 통해 5년여간 95건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이 협력업체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에 무더기로 유출됐다. 삼성전자는 기술유출의 직간접 피해액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중희)는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작기술과 영업기밀을 빼내 하이닉스반도체에 넘긴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외국계 반도체 장비업체 A사 부사장 곽모(47)씨와 한국지사 팀장 김모(41)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기밀을 건네받은 하이닉스반도체 제조본부장 한모(51)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기술유출과 관련된 A사와 삼성전자 직원 등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곽씨는 김씨 등 A사 직원과 짜고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삼성전자 영업기밀 95건을 빼내 그 중 13건을 하이닉스반도체에 넘겼다. 빼돌린 기밀에는 80나노급 이하 D램과 7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기술 등 2007년 8월 산업자원부 장관 고시로 지정된 국가핵심기술 40건도 포함됐다.
최근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30나노급 D램 반도체 개발 기술뿐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20나노급 플래시메모리 관련 자료도 A사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자료들은 새 반도체가 개발된 후 양산체제가 갖춰지기 전에 유출됐다”고 말했다.
A사 직원들은 반도체 제작 장비의 설치와 관리를 핑계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에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들은 중요 문서를 찢거나 친분이 있는 직원에게 구두로 물어보는 방법으로 기밀을 빼돌렸다. 삼성전자 직원이 기밀을 직접 건네는 경우도 있었다. 삼성전자 과장 남모(37)씨는 2008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호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사 직원을 만나 극비로 분류된 D램과 낸드플래시 및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넘겼다.
삼성전자는 5년여 동안 이뤄진 기술유출로 수천억원의 직접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할 때 300여명의 인력과 3000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간다. 기술유출로 후발주자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발생한 간접적 피해까지 따지면 피해액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전했다.
삼성전자는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 장비업체를 통해 유출됐고 해외 반도체업체로 기술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어 국가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일부 직원들의 정보수집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유출된 기술이 하이닉스의 공정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국현 천지우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