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권변호사 가오즈성 실종… 커지는 의혹
입력 2010-02-03 18:17
중국의 저명한 인권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46)의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해 2월 초 중국 보안요원들이 심야에 그의 베이징 자택을 찾아왔다. 그리고 “잠깐 얘기할 게 있다”며 그를 끌고 나갔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지만 가족들은 그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가오 변호사가 심한 고문 후유증을 앓고 있거나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오 변호사의 동생은 NYT와의 전화 통화에서 “형이 살아 있다면 당국이 면회를 허용했을 것”이라며 “형이 고문으로 몸 상태가 너무 끔찍해 당국이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오의 가족은 지난해 9월 가오 변호사를 연행했던 보안요원 중 한 사람으로부터 산책 중 그가 그냥 사라졌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만 전해들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탄원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중국 당국의 공식 해명도 석연치 않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주 전 “있을 곳에 있다”고 말했다가, 지난달 26일엔 “솔직히 말해 모른다. 내가 13억명 중국 인구 모두의 소재를 알 수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반체제 인사라고 할지라도 죄명과 행방에 대해선 가족에게 알려줬다.
중국 당국의 입장에선 가오 변호사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그는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후 2001년 의료사고 피해자와 재개발로 농지를 수용당한 농민을 위한 변호 활동으로 중국 정부가 선정한 최고 변호사 10명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비공인 교회 신자들과 파룬궁 신도들을 변호하면서 당국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2005년엔 당국이 그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변호사 자격을 정지시키자 그는 공산당원 자격을 공개적으로 포기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연행되기 직전 발표한 서한을 통해 과거 54일 동안 구금됐을 때 고문당했다고 폭로했다. 가오 변호사의 부인과 자녀들이 실종 직전 미국으로 망명한 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판단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는 현 상황에서 국제인권단체들의 호소가 중국 당국을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가오 변호사의 행방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