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BMD 압박 왜… 北 ICBM 능력에 다급, 한국 참여로 부담덜기

입력 2010-02-04 00:36

중국도 견제 다목적 카드… 한국, 주변국 자극에 난감

미국 국방부는 백악관 제출 보고서에서 탄도미사일 방어(BMD) 체제와 관련, 한국의 ‘진일보한 조치’를 희망함으로써 사실상 BMD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의 다목적 카드=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제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한 차원 높은 의미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에 한국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본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하자,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에 구축하려던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철회했다. 대신 미국은 중동 지역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새롭게 구축 중이다.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는 이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등에 패트리엇 등 지상요격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이지스함도 증강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들은 글로벌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미국이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능력을 지금까지보다 한 단계 높여 평가한 것은 한국에 대한 BMD시스템 참여 요청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이 보고서 내용에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능력이 예상보다 향상됐으며, 10년 내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 제출 자료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로널드 버저스 미국 국방정보국(DNI) 국장은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핵무기 능력을 제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도 상원 군사위 답변에서 “북한이 ICBM 기술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BMD 구축은 미국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이달 초 중국은 처음으로 육상 기지에서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사일 실험에 대해선 대외 발표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일부 미 전문가들은 2020년엔 중국이 전 국토에 걸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평가한다.

◇신중한 한국 정부=정부는 미 국방부의 BMD체제 참여 제의에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그러나 미국 측 요청이 상당히 집요한 것으로 보여 국방부는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정부는 그간 일관되게 미 MD체제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왔다. 미국이 위협으로 느끼는 미사일과 한국에 위협이 되는 미사일의 종류가 다를 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과도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엄청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BMD체제 구축에는 8조∼10조원 정도가 필요하고 한국이 참여할 경우 1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2006년 합참의장 지휘지침서에 따라 ‘한국식 탄도유도탄(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2012년 완료될 예정인 이 체제는 탄도유도탄작전 통제소(AMD-cell)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패트리엇 미사일 등이 핵심이다. 또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48기 도입한 뒤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PAC-3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만약 우리가 BMD에 참여하게 될 경우 계획 일부가 수정되고 이미 투자된 부분에 대한 중복 투자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국방부도 북한 미사일 성능이 개량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핵 문제 등 대북 사안을 놓고 긴밀한 공조를 해야 하는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아니어도 부분적인 참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