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도요타… 현대·기아차는 안녕한가

입력 2010-02-03 21:51


글로벌 성장 닮은꼴… ‘리콜’ 타산지석 삼아야

‘현대·기아자동차는 과연 괜찮은가?’ ‘도요타 다음 타깃은 현대·기아자동차일 수 있다.’

세계 1위 자동차회사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대규모 리콜로 위기에 빠지면서 나오는 우려 섞인 경고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하던 미국 회사 몰락으로 도요타가 부상하자 미국은 리콜을 계기로 도요타 때리기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도 도요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도요타의 성장모델을 그대로 밟고 있다. 국내 시장 1위에다 해외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점이 쏙 빼닮았다. 중·소형차 라인업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도 같다. 도요타 다음 타깃은 현대·기아차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미국자동차 업계 등 경쟁사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7.8%로 세계 5위권 수준. 올해 목표는 8.4%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수년 동안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증설해 왔다.

미국에서는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연산 60만대 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며 중국 베이징과 옌청에서는 100만대 이상 규모 공장을 돌리고 있다. 또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유럽에서는 60만대, 터키와 인도에서는 7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만 300만대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연산 10만대 공장을 짓고 있고 중국 베이징에 연산 30만대 규모 추가 공장도 추진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국내외에서 650만대 생산을 목표로 향후 2∼3년간 100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부품 관리 및 조달문제=해외 생산이 급증하면 부품공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청에 하청이 이어질 경우 품질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글로벌 시장확대→부품관리 소홀→대량 리콜→위기로 이어졌고, 비슷한 성장모델을 갖고 있는 현대차도 이 과정을 겪을 수 있다.

해외공장 증설에 따른 부품조달도 문제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한다고 강조하지만 주요 핵심부품 외에는 현실적으로 동반이 불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도 “단순부품 등은 현지에서 조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지 조달 부품에는 언제든 결함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품질 관련 위험성도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공격적 마케팅, 부메랑 우려=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펴왔다. 미국 시장에서 자리잡는 데도 1999년 도입한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 프로그램 영향이 컸다.

내로라하는 미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한번 차를 사면 거의 첫 번째 차를 바꿀 때까지 책임지는 파격적 혜택을 제공한 것. 이에 따라 99년 1%이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까지 올랐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고객이 실직할 때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집중 광고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국내 시장에서도 지난해 내수시장 점유율 80.5%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부품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과도한 부품단가 인하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경우 불량 부품 납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요타 사태 타산지석 삼아야=전문가들은 “도요타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보는 부분이 많아지긴 했지만 도요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품질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판매물량이 늘어날수록 품질 위험이 커지므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생산기술, 마케팅, 연구·개발(R&D) 시스템이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내수 점유율 목표를 87%로 늘려 잡은 현대·기아차가 협력업체와 소비자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열악한 부품업계 하청문제를 개선하고 이들의 수익구조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좋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를 축소하고 덮으려 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