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법관임용제도 방향은 옳다

입력 2010-02-03 18:05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어제 새 법관임용제도를 마련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일정 기간을 거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료자 중에서 선발된 재판연구관 일부와 검사·변호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사법연수원 수료생 가운데 희망자를 성적순으로 임용해왔던 지금까지의 원 트랙 방식에서 벗어나 법관 임용 루트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으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재판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게 재판이다. 신의 영역인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법관을 단순 법률지식만을 측정하는 한 번의 시험 결과로 뽑는 현행 법관임용제도는 최근 사례들에서 보듯 이미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법치(法治)의 최후 보루는 법원이다.

그 구성원인 법관이 개인의 신념과 이념에 반한다 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노선과 배치된다 해서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키는 상식 이하의 판단을 내릴 경우 법치는 무너진다. 법관을 공정성, 판단력, 상식, 인성, 도덕성 등 전인격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뽑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독판사의 경우엔 더 그렇다. 재판은 언제나 공명정대하고, 불편부당해야 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조항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쉬운 점은 이번 건의안에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전관예우를 제도적으로 막는 방안이 빠졌다는 것이다. 법관을 최고 법률가로 대접하는 새 제도가 정착되면 법원 근무경력을 고소득 변호사가 되기 위한 준비단계로 여기는 그릇된 풍토가 개선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으나 그렇게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제 남은 건 입법절차다. 법관 임용제도를 바꾸려면 법원조직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정치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법관의 이념 서클 해체에, 민주당은 법원보다 검찰 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적 접근 방식으로는 사법부 편향성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