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료에 고발당한 낙태 의사들

입력 2010-02-03 18:05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일삼는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낙태 반대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프로라이프의사회’는 어제 검찰에 불법 낙태시술과 관련된 산부인과 3곳을 처벌해 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된 산부인과들은 올 1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프로라이프의사회의 ‘낙태구조/제보센터’에 신고된 병·의원 중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된 곳들이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동료 의사들을 고발까지 했을까. 만연하는 불법 낙태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직업윤리적 절박감에서 나온 조치로 이해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낙태 시술은 세계 1위로 매년 34만여 건이 이뤄진다. 일각에선 100만 건이 넘는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나라로선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낙태는 가장 대표적인 생명경시 풍조다. 대부분의 경우 현행법을 어기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그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다. 지난해엔 불법 낙태시술을 한 의사를 단속하겠다는 뜻을 산부인과의사회에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관련 의사회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불법 낙태 근절을 위해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산부인과 의사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의사들이 뜻을 모아 산모구명 이외의 낙태 시술을 중단하면 불법 낙태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줄어들 수입은 정부에서 의료수가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보전해주면 될 것이다.

의료계 자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민의식 개선이다. 무절제한 성생활을 자제하고 철저한 피임법으로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혼모와 태아 이상(異常) 등을 차별하지 않고 보호해주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낙태 위기에 처한 여성과 태아를 구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동료를 고발하면서까지 낙태 근절운동을 벌이는 의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들의 고귀한 뜻이 생명존중의 횃불로 활활 타오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