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수직 바위산을 오르는 바바리羊

입력 2010-02-03 18:06


동물 이름 중에는 재미있는 것이 많다. 돼지코를 닮아 돼지코거북,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 브라자원숭이, 이름처럼 정말 까만 검둥이원숭이, 그중에서도 듣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는 게 바바리양이다. 바바리양 옆을 지나갈 때마다 바바리맨은 없어 다행이라며 혼자 웃고는 한다.



바바리양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 지역을 유럽인들이 이곳 유목민인 베르베르족 이름을 따서 바바리라고 부르면서, 이 지역에 사는 야생 양을 바바리양이라고 불러 지어진 이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곳에 사는 원숭이도 바바리원숭이라고 부른다.

바바리양이 사는 곳은 사하라 사막과 그 이남의 건조한 사막 지역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바위산을 근거지로 해서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발 3000m 이상의 고원지대나 협곡에서 6∼7마리 작은 가족이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안 그래도 건조한 사막 지역인데 바위산이니 물이 귀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사막에 사는 동물답게 바바리양은 물을 따로 먹지 않고도 먹이로 먹는 풀에 있는 수분만으로도 살 수 있다. 그래도 비가 내린 뒤나 샘을 만나면 물을 마시는데, 이때가 밀렵꾼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시간이다. 그래서 북아프리카에 총이 널리 퍼지면서 바바리양의 수도 급격히 줄었고 세계자연보호연맹은 바바리양을 멸종 위험이 있는 취약종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사막 동물들처럼 바바리양도 한낮에는 뜨거운 아프리카 태양을 피하기 위해 바위 뒤 그늘에서 쉬고 있다가 해질 무렵이나 새벽녘에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바바리양은 한번에 2m 이상 뛸 수 있고, 수직으로 가파른 암벽도 쉽게 오르내리며 바위산을 날쌔게 돌아다닌다. 건장한 몸과 튼튼한 발 그리고 단단한 발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위산이 아니라 평지로 된 동물원에서는 간혹 발굽이 닳지 않고 웃자라서 잘 걷지 못하는 녀석들이 나타난다. 그러면 밧줄로 뿔을 걸어서 단단히 잡은 다음 웃자란 발굽을 양쪽 균형을 맞춰 잘 잘라주어야 한다. 하지만 60㎝ 이상 되는 뿔에 150㎏을 육박하는 육중한 몸집을 가진 바바리양을 제압해서 발굽을 자르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인공 바위산을 만들어주고 스스로 바위를 오르내리게 해주었다. 전보다 훨씬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발굽이 웃자란 녀석들이 있다. 어지간히 게으른 놈들임에 틀림없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