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전석운] 특별교부금을 개혁하라
입력 2010-02-03 18:10
교육과학기술부 간부들이 자녀의 모교를 방문하면서 내놓은 격려금으로 특별교부금을 갖다 쓴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게 2008년 5월이다. 그 해 감사원 감사를 벌인 결과 특별교부금은 장관과 간부들이 오랫동안 제 마음대로 써온 쌈짓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문학교 격려금으로 집행된 돈이 111차례에 걸쳐 12억1500만원이었고 어느 교육감의 모교 건물을 짓는데 10억원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감사원은 이에 특별교부금 대상과 규모를 대폭 줄이고 사전 심의와 사후 점검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제도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뀐 건 장관 한 사람 뿐이다.
특별교부금을 둘러싼 잡음의 요체는 교과부가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다른 국가 예산과 달리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해마다 1조원 안팎의 세금을 쓰면서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보고도 하지 않는다. 납세자인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면서 집행내역을 알리지 않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감사원 지적이나 교과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별교부금의 내역이 비공개대상으로 남아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사전, 사후에 공개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교부금 자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일반예산으로 전환하거나 보통교부금으로 흡수하는 게 맞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특별교부금의 60%를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실시하는 사업에, 30%를 지역교육현안사업에, 나머지 10%를 재해대책사업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취지에 맞게 집행되는 돈은 극히 일부분이다. 감사원이 2007년도 특별교부금 예산을 조사한 결과 국가시책사업에 걸맞게 쓰인 돈은 전체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감시의 눈길을 피해서 담당자들이 자의적으로 특별교부금에 편성한 것들이었다.
특별교부금의 지역교육 현안사업도 시도교육청의 보통교부금사업과 중복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예산집행 절차만 복잡하게 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재해대책사업 역시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해가 많아 90% 이상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교과부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는 올해도 특별교부금 총액을 1조1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이 돈을 나누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중 6600억원이 배정되는 국가시책사업은 교과부 안에서도 서로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교한 타당성 검사나 심사가 이뤄지는 것 같지도 않다. 국가시책사업의 경우 시책사업심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돼있지만 따로 구성된 적이 없다. 실제 사업을 하게 될 시도교육청이나 외부전문가의 참여는 배제되고 있다.
외부의 간섭과 견제,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특별교부금 배정작업은 이주호 차관이 주도하는 실국장 회의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차관은 과거 야당 의원 시절 특별교부금을 축소하는 취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막상 행정부에 들어가서 전년도보다 늘어난 교부금을 비공개 밀실논의를 주도하니 아이러니다. 교과부 안팎에서 ‘실세 차관’이라고들 하니 그 앞에서 감히 다른 의견을 말하는 간부들이 없는 것 같다.
특별교부금의 또 다른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사업은 특별교부금 지원 대상의 앞선 순위에 배치되면서 위기학생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법과 제도에 의해 지속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특별교부금에 의존하는 정책은 언제 폐기될지 모르는 운명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정책담당자의 입맛에 따라 축소되거나 소외되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의혹과 불신을 키우기 딱 좋다. 교과부는 특별교부금 개혁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그리고 특별교부금은 꼭 써야 할 곳에 써야 한다.
전석운 사회부 차장 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