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은 KBS 시청률… 공익성은 없다
입력 2010-02-03 21:27
시청률이 높은 게 마냥 좋은 것일까? 공영방송 KBS는 드라마, 예능, 보도에서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콘텐츠에서 공익성을 찾아볼 수 없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정성, 막장 요소를 안은 프로그램의 선전은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AGB닐슨 미디어코리아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조사한 ‘주간 순간 시청률 TOP 5’에서 KBS는 승자였다.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수삼) 일일드라마 ‘다함께 차차차’(차차차) 일요 예능 ‘해피선데이’ 수목드라마 ‘추노’ ‘KBS 9시 뉴스’까지 KBS 차지였다. 시청자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프로그램이 모두 KBS였다. 평균 시청률도 뒤지지 않는다. 같은 기간 KBS는 ‘TOP 5’에 4개나 진입, 위력을 과시했다.
인기의 추동력은 드라마다. 하지만 모두 자극적인 요소를 포함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수삼’과 ‘차차차’는 막장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다. ‘수삼’은 아내 친구와 불륜, 극단적인 고부 갈등이 소재다. ‘차차차’에서는 기억상실과 친족 결혼이 갈등의 핵심이다. 두 드라마는 KBS가 그동안 주장해온 건전하고 유익한 가족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KBS 9시 뉴스의 시청률 상승은 신뢰성과 콘텐츠 재고보다는 일일극 ‘차차차’의 인기에서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공영방송은 콘텐츠에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데 전혀 이런 노력이 없다. 특히 ‘수삼’과 ‘차차차’는 완성도에서도 수준이 현격히 떨어지는 드라마다.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상황에서 상업방송과 별 차이 없는 콘텐츠로 시청률을 올린다면, 굳이 수신료를 올릴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올해 들어 새로 시작한 월화극 ‘공부의 신(공신)’과 수목극 ‘추노’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공신’은 입시경쟁을 전면에 내세워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고 밝혔고, ‘추노’는 노비 등 하층민의 리얼한 삶을 조명하며 새로운 사극을 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에도 불구하고 ‘공신’은 사교육 조장 논란을 빚고 있고 ‘추노’는 여배우의 상반신 노출과 성적인 대사로 인해 선정적이라는 지적에 시달린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공신’은 학력 콤플렉스를 건드리며 오히려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KBS의 드라마가 계속 선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재벌 1%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부자의 탄생’은 또 세속적인 가치에 편승할 우려가 있다. 시청률에 초연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공영방송이 시청률을 의식해서 자꾸 엇나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