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낭만찾아 떠난 여정… 아프리카-유럽의 관문 모로코 ‘카사블랑카’
입력 2010-02-03 21:23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는 이름만 들어도 괜스레 가슴이 설레는 도시다.
탕헤르와 카사블랑카를 잇는 340㎞ 길이의 고속도로는 시리도록 푸른 대서양과 숨바꼭질을 하며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린다.
양떼와 소떼는 야트막한 구릉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히잡을 쓴 여인들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밀밭에서 씨앗을 뿌린다. 차창을 스쳐가는 이국적 풍경화들이다.
모로코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카사블랑카는 1942년에 발표된 흑백영화 ‘카사블랑카’로 인해 널리 알려진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 세계2차대전 중의 모로코를 낭만적으로 그려낸 명화로 인해 카사블랑카는 영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당신 눈동자에 건배”라는 명대사와 함께, 사랑하지만 서로를 위해 헤어져야만 했던 잉그리드 버그만·험프리 보가트의 카사블랑카 공항 이별 장면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카사블랑카가 영화의 무대로 선택된 까닭은 세계2차대전 당시 유럽 부자들의 임시 피신처였기 때문이다. 나치가 유럽 대부분을 점령하자 안전한 미국으로 갈 수 있는 통로는 포르투갈의 리스본뿐이었고, 카사블랑카는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편이 남아 있던 유일한 도시였다.
카사블랑카는 ‘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옛날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서양을 항해하던 중 지금의 앙파힐 지역 언덕에 하얀 집들이 들어선 모습을 보고 카사블랑카로 불렀다고 한다.
모로코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본거지인 카사블랑카는 인구 500만명의 대도시로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별로다. 한적한 어촌에서 시작해 항구도시로 발전해 다른 도시처럼 구시가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사블랑카에도 볼만한 명소가 몇 곳 있다. 카사블랑카의 랜드마크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하산 2세 모스크로 대서양을 향해 툭 튀어나온 곶에 바다를 매립해 건축했다. 사원 내부는 거대한 유리바닥으로 대서양의 파도를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카사블랑카의 바다는 해무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온 태양이 카사블랑카 하늘을 붉게 채색하면 대서양을 솜이불처럼 뒤덮은 해무도 화염처럼 붉게 물든다. 특히 하산 2세 모스크에서 카사블랑카 등대까지 이어지는 긴 해변은 대서양의 감동적인 해넘이를 감상하기 위해 나온 산책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서양의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연출하는 군상은 카사블랑카를 상징하는 새로운 볼거리.
카사블랑카의 바다가 어둠 속으로 침잠하기 시작하면 카사블랑카 등대가 불을 밝힌다. 1905년에 세워진 카사블랑카 등대는 대서양을 오가는 선박들의 등불이자 격동의 역사를 지켜본 산증인. 등대의 높이는 65m로 하산 2세 모스크가 세워지기 전까지 카사블랑카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어둠이 장막처럼 내려앉은 카사블랑카의 밤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모하메드 5세 광장에서 한 송이 야화로 피어난다. 전통의상 차림의 물장수가 거리를 거닐고 연인들은 깊어가는 카사블랑카의 밤을 아쉬워하며 버티 히긴스의 올드 팝송 ‘카사블랑카’를 부른다.
‘나는 카사블랑카 영화를 바라보며 당신과 사랑에 빠졌어요.’
카사블랑카(모로코)=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