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경애 (8) 스탠퍼드대 탈락 막내 하버드·예일대 동시합격
입력 2010-02-03 17:34
전교 수석에 우수한 SAT 성적, 뛰어난 리더십, 다양한 봉사활동과 과외활동, 무수한 수상경력, 고교대표 운동선수, 오케스트라 활동, 한번도 놓친 적 없는 개근상, 교사들의 추천서….
막내 딸 조이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아이가 스탠퍼드대에 떨어졌으니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러한 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뿐이었다. “하나님,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믿고 구하면 받은 줄로 믿으라고 하셨는데…제발 조이의 마음을 붙잡아주세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불고하던 조이가 토요일 저녁부터 주님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었다. 다음날 주일예배 때 조이가 단상에 올라 그날 적은 것을 읽기 시작했다. 간증문이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나와 함께 하신 주님, 지금까지 지켜주신 주님, 나의 삶을 통해 영광받기 원하시는 주님, 어떤 상황에서라도 주님을 원망하지 않고 경배드리며 감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비록 제가 원하는 대학에는 떨어졌지만 하나님께서 더 좋은 계획을 갖고 인도해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가슴이 울컥했다. 주님의 위로와 평강이 조이에게 임한 것이다. 다시 하루가 지나고 월요일, 2008년 3월 31일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엄마, 나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동시 합격했어요!”
하나님은 실패를 통해 겸손하게 하시고 전폭적으로 주님을 신뢰하게 하신 후 응답하신 것이다. 내 어머니의 오랜 기도요, 우리의 기도에 그렇게 응답하셨다. 조이와 나는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동안 남편 없이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며 흘린 눈물의 양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그 순간 흘리는 눈물은 서러워서가 아닌 너무나 벅차고 기뻤기에 흘리는 것이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조이가 말했다.
“엄마, 울지마. I made it for you. It’s grace of God. Glory to God(전 엄마를 위해 해낸 거예요. 이건 하나님의 은혜예요.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요).”
큰딸이 열두 살, 막내가 여덟 살, 뜻하지 않게 전 재산을 잃고 남편은 집을 나가고, 아이들과 빈털터리로 남겨진 나. 그때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믿음뿐이었다.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살았고, 다행히 아이들도 신앙 속에서 멋지게 자라줬다.
하지만 솔직히 세 아이 모두가 사춘기를 겪을 땐 아빠 없는 자리가 너무 커 힘들 때도 많았다. 특히 “엄마, 나도 아빠가 없어서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라며 눈물 흘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졌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애태웠던가. 행여 상처를 받고 어디로 뛰쳐나갈까….
그럴수록 나는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숙제할 때나 시험 공부할 때는 함께 밤을 새웠고, 운동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밤 10시까지 운동장을 지켰다. 아무리 아파도 일을 나갔고, 힘들고 지쳐도 주저앉지 않았다. 그러면서 새벽기도와 저녁예배는 단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슬픔과 눈물을 기쁨으로 바꿔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런 시간도 없었다.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가 아니었다면 ‘하버드대의 기적’도 없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제부터는 울지 말고 웃자”라고.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