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NCCK 권오성 총무, '통합 논의' 불지피나

입력 2010-02-03 16:31


[미션라이프]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3일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만나 양 기구의 현안 및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권 총무는 이 대표회장의 취임 축하차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내 한기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각 교단, 연합기관 및 개교회 차원에서 아이티를 돕기 위해 각종 모금 운동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제는 한국교회 이름으로 봉사와 섬김을 통한 일치를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회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우선 각 교단, 교회 및 기관들이 벌이고 있는 모금운동은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전체 모금액 통계만큼은 한국교회 이름으로 대외적으로 밝혀 교회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자부심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권 총무는 이어 “한국교회라는 우산아래 아이티 난민촌 지역을 맡아 학교 병원 고아원 등을 설립, 섬김의 일치를 해나가는 것도 방안”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회장은 오는 4월 4일 열릴 부활절연합예배와 관련해 “양 기구가 교인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부활의 감격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가능하면 북한교회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밝혔다. 권 총무는 “지난해엔 부활절연합예배 예산으로 남북어린이들을 각각 지원, 희망을 제시했었는데 올해엔 ‘부활과 화해’라는 주제에 맞게 갈등의 현장에서 화해자의 될 수 있도록 (양 기구가) 함께 깊이 논의하고 좋은 방안을 도출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 대표회장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한기총이 김삼환 목사를 대회장으로 대성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NCCK도 함께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권 총무는 “한기총이 6·25전쟁 60주년 평화집회를 준비하는 취지를 이해하고 NCCK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회장과 권 총무는 WCC(세계교회협의회)와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유치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이 대표회장이 “양 기구는 공기관으로서 함께 고민해 좋은 모습(전통)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사명이 있다”고 하자 권 총무는 “각자 사업을 하더라도 적어도 방향에 대해선 연합과 일치에 도움이 되도록 논의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CC 부산총회와 관련, 권 총무는 “WCC에 대해 한국교회 안에 이런 저런 소리가 있지만 NCCK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WCC가 어떤 존재인지 한국교회가 오해와 편견이 아닌 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설 테니 한기총이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 총무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WCC총회 준비위원회가 꾸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회장은 “WCC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도록 서둘러주기를 바란다”며 “한기총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WCC의 보편적 가치, 즉 인권 생명 평화 등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함께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나무아미타불 아멘’으로 끝나는 기도문 사건을 실례를 들어 “NCCK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NCCK가 불필요한 오해와 비판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표회장은 또 “한기총은 복음주의 입장에서 WEA총회 유치를 준비하고 있지 결코 WCC 유치에 대한 대립각이 아니다”며 “양 총회의 유치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국가발전, 북한기독교의 신앙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WCC 총회와 WEA 총회 유치가 한국교회의 뜨거운 신앙을 세계교회에 알리고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교계 언론들도 적극 협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회장은 마지막으로 “한기총과 NCCK가 언제 합칠 수 없겠느냐”며 “사도신경을 고백하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권 총무는 “몇년전 논의되다가 중단됐지만 필요한 절차를 거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기총과 NCCK 관계는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국에 대한 상반된 입장으로 불거진 갈등이 NCCK의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 유치 성공을 계기로 해 더욱 악화됐었다. 급기야 10월 한기총 단독으로 신임 교단장·단체장·총무 취임 축하예배가 진행되기도 했다. 축하예배는 2005년 박종순 대표회장때부터 양 기구가 공동으로 개최해왔다.

하지만 양 기관 실무진이 2010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를 물밑에서 준비해왔고, 특히 이 대표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관계 증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전병호 NCCK 회장이 한기총 대표회장 이·취임예배에 참석, “한기총과 NCCK가 왜 나눠져야 하는지 그 이유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WCC와 WEA 유치에 손을 맞잡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나가자”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따라서 빠른 시간내 가시적인 통합 논의가 진행되지 않겠지만 양 기구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