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범조] 융합·개방·다양성의 시대
입력 2010-02-02 19:28
21세기는 융·복합의 시대다. 영화 ‘아바타’는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와 컴퓨터그래픽을 완벽하게 일체화함으로써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영상의 혁명을 일으키며 3D영화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폰 등 스마트폰도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결합한 모바일 미디어 융합의 산물이다.
산업 전반에 걸친 통합현상
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융합은 기존산업에 IT를 합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과 산업, 개념과 개념의 통합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TV와 인터넷의 결합으로 볼 수 있지만 개념적으로는 TV와 북마크 기능의 결합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이전에 관련이 없는 아이디어와 개념, 지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할 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앞으로 다가올 세계는 기술에 기반한 하이테크가 아닌 하이콘셉트(high concept)시대가 될 것”이며 “소비자에 어필하는 데는 기술보다는 디자인과 예술·감성을 아우르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학계에서도 학문 간 벽을 허무는 통섭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 분야를 융합한 대학원과정이 운영되는 등 학과 간 벽을 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과학이 인문·사회과학 또는 예술과 만남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21세기는 또한 개방과 다양성의 시대다. 우리나라는 현재 다인종·다민족 사회로 빠르게 변모 중이다. 우리나라가 단일 민족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은 많은 성씨가 중국에서 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엄격한 의미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등록인 수가 100만명을 넘은 만큼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적 폐쇄성에서 벗어나 우리의 의식을 다민족사회에 맞게 변화시켜야 할 때라 생각된다.
개방과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강국이 된 예는 역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1000년 동안 로마가 ‘팍스 로마나’를 구축한 데는 이방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인종적 개방과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를 받아들인 개방과 포용정책을 들고 있으며 당나라도 다양한 이민족의 문화를 받아들여 문화를 활짝 피워 강국이 되었으며 미국의 융성도 다양한 인종의 차이를 녹이는 용광로란 말에 걸맞게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이들에게 자유와 기회의 땅을 제공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젊은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인 없이는 사회유지비용 자체가 얼마나 클지 반문해 보면 우리에게 외국인 유입과 그에 따른 다인종·다문화 포용은 필수로 보여지며 우리나라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이민족에 대한 문호개방이 요구되고 있다. 다민족과 다문화의 다양성을 흡수하고 이를 활용하여야 우리나라가 더욱 성장할 길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인종·다문화 포용해야
개방과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획일적 사고를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획일문화는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축적되고 내면화되어 우리에게 편협한 사고와 행동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것들을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고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기와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을 존중하고 사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괴짜·소수가 존중받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21세기 두 번째 10년이 시작되는 지금 융합·개방·다양성의 시대정신에 맞추어 창발적인 사고와 열린 마음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범조 한국소비자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