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重 노조, LG전자 노조, 그 다음은
입력 2010-02-02 19:27
노동계가 달라지고 있다. 노조를 둘러싼 지형 변화 때문이다. 우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노동법이 올 7월부터 시행된다. 더 중요한 변화는 강성 노동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범사회적으로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기업 노조 중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노동법 시행에 앞서 전임자 수 감축을 전제로 조직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벌여 왔다. 현재 단체협약상의 전임자는 55명이지만 3분의 1 이상을 줄인다고 한다. ‘128일 투쟁’ ‘골리앗 투쟁’ 등 한때 초강성이었던 현대중 노조의 변신은 노동운동의 질적 변화를 실감케 한다.
LG전자 노조는 지난달 28일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헌장’을 선포했다. 강성투쟁 노조였던 LG전자 노조의 변신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조합원의 권익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자기 책임을 거론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KT, 쌍용차, 인천지하철공사 등 총 32곳으로 해당 조합원은 3만8000여명이나 된다. 그간의 투쟁일변도 노동운동에 식상한 노조원들이 스스로 결정한 변화였다. 그 바람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7년부터 본격화된 한국 노동운동은 분배 개선과 노사관계 민주화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시작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 어느 틈엔가 노사관계는 적대적인 모습으로 뒤틀렸고 노동운동은 정치투쟁으로 변질됐다.
이웃 일본도 전투적 투쟁 노조운동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때가 있었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1945년 패전 이후 연합군의 경제민주화 조치에 따라 노조 활동이 재개돼 투쟁일변도의 강성 노동운동이 기승을 부렸지만 50년대 후반 이후 자취를 감췄다. 시민들이 호응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노동운동도 이제는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권익과 노사 상생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많은 현대중 노조, LG전자 노조의 탄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