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동상 안전 위험” 42년 만에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로 진단
입력 2010-02-02 22:31
“이순신 장군 동상의 안전성이 위험한 수준입니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에 대한 내시경 검사가 실시된 2일 서울대 나형용(75) 재료공학부 명예교수가 내린 진단이다.
내시경 검사는 낮 12시에 시작됐다. 1시간가량의 외관 검사에 이어 동상 양쪽 어깨 아래 14㎝ 두께 갑옷에 구멍을 뚫었다. 5t짜리 크레인 위에서 내시경 기술자가 지름 6㎜, 길이 8m의 내시경 카메라를 동상 안에 집어넣은 시간은 오후 2시40분. 이순신 장군 청동상 내부를 들여다본 것은 1968년 유명 작가 김세중씨가 동상을 제작한 이후 42년 만에 처음이다. 동상의 내시경 검사도 국내 최초다.
나 교수는 내시경과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동상 발 부분에 시멘트벽돌을 쌓아 동상이 넘어지지 않게 한 것 같다”며 버팀봉 외에 별도의 내부 지지대가 없는 데도 동상이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동상을 지지해주는 앵글(‘ㄱ’자 모양의 철제 쇠붙이)의 바닥 연결부위가 약해 보인다”며 “지진 같은 큰 충격이 있으면 넘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사에 참여한 자문위원들은 동상 내부의 부식을 가장 우려했다. 동상 제작 당시 구리가 부족해 탄피 수저 고철 등을 녹여 쓰느라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 부식이 상당히 진행돼 군데군데 표면이 떨어져 나간 모습이 확인됐다. 김영원(62) 홍익대 조소과 교수는 “여러 조각을 용접해 동상을 세웠는데 일부는 용접이 잘 안돼 균열된 곳이 보인다”며 “40년 넘게 부식이 진행된 만큼 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상 자문위는 3일 회의를 열어 검사 결과를 최종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자문위의 의견을 바탕으로 동상 보수·관리 방안을 수립, 충무공탄신일인 4월 28일 전까지 보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