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법관들 줄줄이 로펌行
입력 2010-02-02 19:01
법원 정기인사에서 옷을 벗는 고위직 판사들이 대거 로펌을 택했다.
2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에 퇴임하는 이태운 서울고법원장은 법무법인 원의 공동 대표변호사로 자리를 옮긴다. 법무법인 원은 국내외 변호사 80여명을 보유한 중형 로펌이다.
대법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진로를 정했다. 박국수 사법연수원장은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기중 부산고법원장은 부산의 법무법인 정인에 합류키로 했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위직 판사인 고법 부장판사 중 일부도 사표를 내고 로펌을 택했다. 서울고법 허만 서명수 정덕모 정현수 부장판사도 각각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세를 불리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해 검찰 고위 간부를 줄줄이 받아들인 데 이어 이번에는 김용균 서울행정·가정법원장과 박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법원장 및 고법 부장판사 출신 고위직 판사를 영입했다.
바른은 지난해 9월 문성우 전 대검 차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수사를 책임졌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었다. 이인규 부장을 영입한 뒤 바른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 변호를 맡는 등 주요 형사사건 수임이 대폭 늘어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에는 국내외 변호사 90여명이 소속돼 있다.
바른은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정부법무공단 이사장도 공동대표를 지냈다. 바른 소속인 강병섭 변호사는 대법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해마다 법원과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이 퇴직과 동시에 로펌을 택하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여전하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일부 고위 판사와 검사가 수사했거나 재판했던 사건을 퇴직 후 수임하는 것은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