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실추·소송 확대 우려, 피해자에 통지안해 문제 키워
입력 2010-02-02 14:31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 실추와 소송 규모 확대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08년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은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진 1081만명의 피해자에 대해 정보 유출 확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경찰 발표 인원보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 옥션 관계자는 2일 “경찰이 공식 확인한 피해자에게는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 구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2월 15일 “고객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한 것은 고객 개인정보의 도용 내지 제3자 제공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이후에야 개인정보 도용 확인 서비스를 실시했다. 제휴 카드 모집을 위해 텔레마케팅 업체에 개인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9월 시정명령을 내린 지 15개월 만이다.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에게는 피해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라고 대응했다.
2006년 온라인게임 리니지 사용자의 명의도용 문제가 불거진 엔씨소프트는 회원가입 취소를 요구한 고객에게 직접 회사를 방문하거나 주민등록초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자의 비난이 빗발치자 회사는 뒤늦게 명의도용 여부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 탈퇴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한 개별 고지도 하지 않았다.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김보라미 변호사는 “기업이 피해자 스스로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토록 해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식 변호사는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민사소송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유출시 해당 고객에게 반드시 개별 고지토록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