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저소득층·中企에 더 큰 타격이라지만… 저금리 장기화 ‘부실 부메랑’ 될 수도

입력 2010-02-02 18:55


시중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이 원리금 증가로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가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적정 시장금리보다 크게 낮은 초저금리 장기화가 불요불급한 대출을 불러 가계와 기업의 대규모 부실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적당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 전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2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간한 ‘2010 금융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2% 포인트 오를 때 부채가 있는 가구의 소득 대비 상환해야 할 원리금 비율이 지난해 3월 말 기준 14.1%에서 16.2%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는 17.9%에서 21.0%로, 그 다음 계층인 2분위는 17.8%에서 20.1%로 각각 상승해 금리 상승이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중간 계층인 3분위는 16.6%에서 18.8%로 높아진다. 이에 비해 소득 상위 20% 계층인 5분위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이 12.2%에서 14.1%로, 4분위는 13.4%에서 15.2%로 상승하지만, 소득 수준을 볼 때 충격이 덜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초과하는 ‘부실 가구’의 대출금 비중이 17.2%에서 20.5%로 3.3%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금감원은 또 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부담 증가로 금융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이 2008년 말 기준 1만6684개 외부감사 기업(비금융)을 분석한 결과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부실대출 비율이 45.2%에서 48.6%로 3.4% 포인트 늘어났다. 금감원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차입금을 부실대출로 인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많아 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유리하나 부채가 많은 중소기업은 타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분석 결과가 정부의 친서민 정책 행보와 맞물려 ‘금리 인상 유보론’의 근거로 이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적정 금리 수준보다 낮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가계와 기업이 효율성이 낮고 사회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부문에 자금을 지출하거나 투자하는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며 “특히 부실 가계나 기업이 더욱 대출을 늘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를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금리가 너무 낮으면 ‘좀비 기업(정부·채권단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까지 생존해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과잉 유동성으로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제성장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 등을 감안할 때 현재 금리는 적정 수준보다 2∼3% 정도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병우 김찬희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