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정’ 집중… 오리온의 전열 정비
입력 2010-02-02 18:33
오리온그룹이 미디어사업에 이어 외식사업을 접는다. 오리온 측은 방송채널사업(PP) 온미디어에 이어 레스토랑 ‘베니건스’도 매각하기로 했다. 자산 2조여원, 부채 비율 59% 수준으로 재무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인 오리온이 왜 계열사들을 처분할까. 답은 ‘중국 공정’이다.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은 1982년 전북 익산 동양제과 공장에서 사위 담철곤 과장(현 오리온그룹 회장·사진)에게 “서해를 바라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구 10억명 시장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덮어버리자”고 했다.
오리온은 한·중 수교 당시인 92년 중국법인 ‘하오리여우(好麗友)’를 설립했다. 5년간 시장 조사를 거쳐 97년 ‘초코파이’를 생산했다. 포장지 겉봉엔 ‘인자안인(仁者安仁·어진 사람은 천명을 알아 어짊에 만족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한다)’을 새겼다. 한국에서 ‘정(情)’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중국에선 ‘인(仁)’을 내세운 것이다. 한국에서 터득한 감성 마케팅은 중국에서 먹혔고, 지난해 초코파이만으로 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매출(6400억원)이 국내 매출(5600억원)을 앞질렀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감성 마케팅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리온의 중국 진출은 담철곤(55) 회장의 강한 ‘중국 공정(中國 工程)’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담 회장은 한국계 담씨 4대다. 증조할아버지가 대구에 정착하면서 한국 담씨의 시조가 됐다고 한다. 담 회장은 서울에서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글로벌 인재’. 시야가 상대적으로 넓다. 중국은 담 회장 조상의 발원지인 데다 장인어른인 창업주가 주목하라고 지목한 시장이다. 오리온이 중국에 몰입하는 이유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온미디어 지분 55.2%(4345억원)를 CJ오쇼핑에 팔았다. 레스토랑 ‘베니건스’ 매각도 성사 단계다. 2일 우선 인수협상 대상자를 2곳으로 압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점포를 줄여야 할 판”이라며 “문구업체 바른손이 인수할 게 확실시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달 안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국내에선 제과, 영화 배급사 쇼박스, ‘스포츠 토토’ 복권 사업에 집중하고 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중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선례도 있다. 2007년 7월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를 매각한 뒤 베이징에 2007, 2008년 잇따라 영화관을 열었다. 케이블 사업 타당성도 검토 중이다. 마치 신격호(88)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뒤 한국에 진출해 ‘셔틀 경영’을 하듯 오리온은 담 회장의 고향 격인 중국에서 사업 영역을 넓혀 셔틀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