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시가총액 2조엔 증발… 북미 판매량 20% 이상 줄 듯 줄소송도 예고
입력 2010-02-03 03:34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1937년 창사 이후 7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사사키 신이치 도요타 품질담당 부사장은 2일 일본 나고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의 고객에게 걱정을 끼쳤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리콜 사태로 북미에서 도요타의 판매량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품 가격을 30%나 삭감한 것을 지적하는 질문에 사사키 부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자동차업체가 힘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가격경쟁력이 큰 무기였다”고 말했다.
리콜 대상은 북미에서 캐나다 27만대를 포함해 248만대, 유럽 171만대, 중국 8만대 등 모두 445만대이며 이달 중순부터 수리에 들어간다고 도요타는 밝혔다. 또 일본 내에서 생산된 차는 부품업체 덴소의 것을 사용했고 구조가 달라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소비자들은 이미 관할 고등법원에 집단소송을 냈다. 한 소송 참여자는 “도요타의 차량은 되팔 수도 없다”며 “전액 환불을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각 주 법률회사들이 집단소송에 대비한 사전 조사에 착수했다.
미 의회는 오는 10일 공청회를 열어 도요타의 늑장 대처 여부를 집중 따질 방침이다. 이번 공청회는 향후 도요타에 대한 여론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전 신화’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이후 도요타의 주식 시가총액은 무려 2조엔(약 26조원)이나 날아갔다. 지난달 21일 4190엔이던 주가는 연일 급락을 거듭, 1일 3450엔으로 740엔이나 떨어졌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투매현상까지 나타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당장의 급선무는 최대 1000만대 리콜에 필요한 1000억엔(약 1조3000억원)을 조달하는 문제다. 도요타는 이 중 상당부분을 미 CTS가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안은 결국 법정까지 갈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 시장조사 기관은 올 1월 도요타의 미국 신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달의 17.9%에서 14.7%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도요타가 시련을 극복할 것이라는 예상도 상당하다. 독일 파이리서치사, 미국의 모건스탠리, 영국의 UBS는 “도요타의 조치는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했다”며 “용감하고 신속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