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朴 때리기’… MJ, 싸우며 큰다?

입력 2010-02-02 18:31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마주 보고 달리고 있다. 두 사람에게 세종시는 단순히 ‘원안 고수냐, 수정 추진이냐’는 차원을 넘어선다. 차기 대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지지율과 당내 지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정 대표가 연일 공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그간 수정안 논의 자체를 거부해 온 박 전 대표에게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해 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가 오만하고 독선적이라고 몰아붙였다. 급기야 1일에는 “박 전 대표도 원안이 좋아서, 필요하기 때문에 원안대로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박 전 대표를 자극했다.

박 전 대표는 2일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라고 발끈했다. 정 대표가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멋대로 해석한 데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정 대표는 그러나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약속 준수는 그것 자체로는 선하지만,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자신의 의욕과 야심에서 국가 대사를 자기 본위로 해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정말 나라를 위해 일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가 대권 야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는 박 전 대표와 적당히 타협,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정 대표도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와 충돌하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는 계산도 하고 있다. 정 대표가 ‘국가의 미래’라는 키워드로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인 박 전 대표와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경우 친이계와 반박(反朴) 세력을 결집할 수 있고, 당 대표로서의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정 대표와의 대립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 대표의 ‘도발’에도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친박 핵심 의원은 “정 대표가 세종시 문제도 그렇고 여러 지점에서 박 전 대표를 의식하며 의도적 발언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일이 맞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친박계는 정 대표가 박 전 대표를 이용,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친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세종시를 사이에 두고 양 극단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나서 타협점을 찾을 경우 당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정 대표로서는 박 전 대표와 싸움을 하는 것 자체가 플러스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친박 진영에서는 앞으로 철저한 ‘정 대표 무시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응을 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는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친박 관계자는 “정 대표는 당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그와 충돌해 봤자 박 전 대표에게 득이 될 게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