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광형] 유인촌-김정헌, 대화가 아쉽다

입력 2010-02-02 18:25

“그렇게도 한 번 해보고… 재미있지 않겠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두 명의 위원장이 재임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지난 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 말이다. 유 장관은 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 출범식에 참석한 뒤 최근 법원으로부터 해임무효 결정을 받은 김정헌 위원장이 ‘출근 투쟁’을 벌인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법원이 그런 건데 어떡하겠어”라고 답했다.

유 장관은 이어 “위원장이 두 명이라 문화예술위 직원들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문화부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는 지적에 “재판이 진행 중이니, 그게 끝날 때까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원의 최종 판결 때까지는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008년 12월 해임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유 장관을 상대로 낸 해임 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법원으로부터 해임 효력정지 결정까지 받아냈다. 문화부는 2건에 대해 모두 항소한 상태다.

김 위원장을 해임한 장관으로서 소송에서 패소한 사실에 심기가 불편할 것 같은데도 유 장관의 얼굴은 밝은 표정이었다. “재미있지 않겠어”라는 말에는 냉소적인 뉘앙스마저 묻어났지만 주무 장관의 멘트로는 부적절한 느낌이었다.

앞서 유 장관은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심장섭 문화부 대변인을 통해 “법원 판결을 지켜볼 뿐이다”라고 말했었다. 이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온 유 장관의 다소 비꼬는 말투는 문화부의 공식 입장을 스스로 퇴색시키는 희화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지난 1일 출근 시위를 벌인 김 위원장은 2∼3일 이틀간 휴가원을 내고 4일 다시 출근할 예정이다. 예술위원들이 공동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와 관련, 대리 서명 논란까지 불거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유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 위원장과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자며 불난 집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는 유 장관. 예술인의 자존심에 스스로 상처를 남긴 두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만나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광형 문화부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