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섬… ‘토양 오염’ 미국과 소송 중
입력 2010-02-02 18:24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전직 미국 해병대원 헤르모게네스 마레로(57)는 요즘 앞을 거의 보지 못한다. 근육이 무력화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며 산소호흡기를 달고 산다. 원인은 알지 못한다.
마레로의 병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대 후반이던 마레로는 해병대 보안요원으로 중남미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섬에 근무하면서 40년간 줄곧 그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마레로는 “사격훈련장에 가면 코에서 저절로 피가 흘렀다. 때론 토하고, 때론 설사로 고생해야만 했다”며 “소나기 같은 폭격은 일주일 내내 계속됐고, 두통은 그때마다 이어졌다”고 1일 CNN방송 캠벨 브라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비에케스섬은 미 해군이 섬의 3분의 2 이상을 60년간 사격 훈련장과 무기 실험장으로 활용해 왔던 곳이다. 미군은 2003년 기지를 폐쇄한 뒤 말없이 떠났고 폭격은 멈췄다.
하지만 오염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섬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의 4분의 3인 7000명이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상당수 주민이 각종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수십억 달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피해자 쪽 증인인 마레로는 “네이팜탄은 물론 베트남전에 활용됐던 고엽제도 사용됐다”며 “이런 물질들이 땅에 스며들어 섬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일대 존 와고 교수는 “내 경험상 비에케스섬은 독성 물질 오염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일 것”이라며 “토양 오염은 훈련에 사용된 무기들과 연관 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추정했다.
미국 정부는 마레로를 비롯한 섬 주민들의 질환과 사격 훈련장의 연관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외교적 면책 특권을 내세우며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CNN은 “마레로가 그 섬에서 복무하고 난 뒤부터 왜 아팠는지 정부가 지금은 말해야 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