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가 옥고 치른 로벤섬… ‘유적 위협’ 토끼와 전쟁 중

입력 2010-02-02 18:25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조그만 섬에선 지금 ‘토끼와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배로 45분 거리에 있고, 면적 2.58㎢, 길이 3.2㎞밖에 되지 않는 이 섬이 바로 로벤섬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소개했다.

로벤섬은 남아공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투옥기간 27년 중 18년을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머물던 감옥은 박물관으로 개조돼 관광명소가 됐다. 하루 평균 12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곳에선 거리 어디서나 토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섬의 골칫거리는 1990년 만델라 전 대통령의 석방과 함께 감옥이 폐쇄됐지만, 이후 토끼 수가 급속히 불고 있다는 것이다. 툭하면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고, 심지어 역사유물로 등재된 감옥 건물의 바닥 밑으로 마구 굴을 파 건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동물 학대행위 반대 기구들조차 토끼 사냥에 찬성할 정도다.

로벤섬 당국이 토끼들을 쫓아내거나 가두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별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야간에 총으로 사냥하기로 결정했고, 매일 밤 토끼 사냥꾼들이 섬 전체를 돌아다니며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잡은 토끼는 5300여 마리. 섬에는 아직도 8000마리 정도가 생존해 있다는 게 로벤섬 당국의 설명이다. 연간 여섯 차례 8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이다.

로벤섬에 토끼가 살기 시작한 건 350년 전. 네덜란드인들이 식용육 조달 목적으로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감옥이 운영될 땐 경비원들이 총으로 토끼를 잡곤 해 개체수가 유지됐지만, 감옥이 폐쇄되면서 섬은 토끼 천국으로 급변했다.

로벤섬 당국은 반대 여론을 감안해 자선단체를 통해 빈곤층 가정에 토끼 고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빈곤층 가정들도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라고 신문은 전했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