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월은 ‘흑인 역사의 달’

입력 2010-02-02 18:26

꼭 50년 전인 1960년 2월 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대 흑인 대학생 4명이 백인 전용좌석에 앉아 커피와 음식을 주문했다. 당시에는 흑인과 백인 합석이 불허됐던 악법, 이른바 ‘짐 크로(Jim Crow)법’에 ‘의도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들 4명은 주인이 음식 제공을 거절하자 바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조지아, 루이지애나, 테네시 등 남부 11개 주에서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화장실, 극장, 버스 등 공공시설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법이 시행 중이던 때다. ‘개와 흑인은 출입금지’ 팻말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식당 연좌농성은 계속됐고, 5일째 되는 날엔 1000명 정도가 동참했다. 이어 민권단체와 일부 백인 대학생들이 가세해 항의농성은 6개월간이나 지속됐다. 같은 시기 테네시주 내슈빌 다운타운의 간이식당 등에서도 연좌농성이 벌어졌다. 흑인과 일부 양식 있는 백인들의 끈질긴 연좌농성으로 결국 그해 일부 주에서는 흑백차별이 사라지게 됐다.

당시 농성을 주도했던 버나드 라파이에트는 1일(현지시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인종을 차별하는 시스템에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린즈버러와 내슈빌의 농성은 56년 백인 전용 버스좌석에 앉아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절한 로즈 파커 사건으로 흑인들의 저항이 시작된 이래 주요 흑인 민권운동 사례로 기록된다.

그래서 2월은 미국에서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로도 불린다. 결국 64년 짐 크로법이 폐지됐고, 65년엔 흑인투표권 보장법이 제정됐다.

흑인 대학생 4명의 연좌농성이 시작됐던 간이식당 자리에는 이날 ‘국제 민권운동 센터 및 박물관’이 들어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