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확고한 원칙 재확인… 김정일과 담판 짓기
입력 2010-02-02 18:14
이명박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전제를 제시한 것은 일종의 속도조절론 성격이 짙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3월 개최설부터 4∼5월 등 정상회담 관련 각종 설이 잇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BBC 인터뷰, 30일 CNN 인터뷰를 통해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과 북핵 문제 협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직후여서 이에 대한 전망들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원칙론을 재확인함으로써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이 답변할 정도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보수층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뜻도 담겨 있는 듯하다. 만남 자체보다는 성과를 중시해야 하며, 이전 정상회담 과정에서 제기된 이면거래나 퍼주기 논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란 해석이다.
최근 발언들을 보면 이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는 느낌을 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리하자면 이 대통령은 핵 문제가 의제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과 국군포로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대가(뒷거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며 “이러한 조건들은 개별적으로 논의되는 게 아니라 일종의 패키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일종의 담판을 통해 핵 폐기와 국군포로 문제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야 남북 정상회담 자체를 꺼리는 보수층을 달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 변화다. 북한은 여전히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아직은 아니다”는 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북한의 스탠스가 변화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북한의 스탠스가 변하지 않으면 남북 정상회담은 어렵다”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 역시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지금 시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문제를 우리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순간 정상회담은 바로 개최될 것이지만 이 단계까지는 아직 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수차례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