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감리사대회, 감독회장 선거 파행 논의 했지만… 유명무실 선언서만 채택
입력 2010-02-02 21:06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리사들이 모였다. 감독회장 선거 파행 이후 감리회 각 지방을 대표하는 감리사들이 모이긴 처음이다. 그러나 교단이 여러 편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상황을 반영한 듯 참석률은 저조했고, 내실 있는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2일 서울 정동제일교회 문화재예배당(옛 벧엘예배당)에서 ‘자치 80주년 기념 감리사대회’가 열렸다. 이 예배당은 1930년 한국 감리교회의 첫 합동 총회와 자치 선언이 있었던 장소다.
신문구 서울연회 감독은 ‘다니엘의 하나님, 우리 하나님’이란 설교에서 “감리교회의 현재는 ‘무대뽀’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만 절대 의지하며 기도한 다니엘의 결단에서부터 우리의 해결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지난해 5월 직무대행에 선임된 이후 과정을 설명한 뒤 “이 자리가 감리교를 정상화하고 영적 위기를 회복시키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 저에게 준 권한을 바로, 그리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선(先) 재선거 시행 의지를 재차 표현했다.
참석자들은 참회의 기도 이후 대회 선언서를 채택했다. 그런데 토론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구들은 모두 빼기로 결정됐다.
이들은 “무너져 가는 감리교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먼저 무릎 꿇고 감리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에 앞장서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이어 ‘감리교회 목회자 전체가 모이는 참회 기도회를 긴급 제안한다’ ‘금권과 권력을 분권화해 지방자치력을 강화시킬 것을 권고한다’ 등 입장을 밝혔다. 또 다음달 초 다시 전국 감리사 대회를 열어 선 재선거냐, 선 총회냐를 놓고 심층 논의키로 했다.
이날 대회는 자치 80주년 기념을 내걸었지만, 연회 감독들이 본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이 직무대행과 본부가 감리사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려는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본부가 중심이 된 재선거 추진 진영의 수적 열세를 드러낸 현장이기도 했다. 본부는 이날 대회에 보다 많은 감리사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선 총회 측은 참석을 막기 위해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참석률은 저조했다. 전국 감리사(202명) 4분의 1 정도인 50여명이 대회에 등록했으며, 특히 남부연회와 충북연회에서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본부 관계자는 “당초 100명 이상의 참석을 기대했지만, 조직적 방해로 예상보다 적게 모였다”며 “그러나 자치 80주년 기념 및 감리교 희망을 찾기 위한 움직임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인원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감리사들이 중립적 입장에서 사태 해결의 첫 단추를 꿰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선 총회를 지지하는 한 목사는 “이날 행사는 진정성이나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전감목) 개혁연대 임원 10여명도 대회를 참관했다. 향후 본부의 재선거 추진 과정에 전감목 측이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