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불멸’ 펴낸 소설가 이문열 “불멸의 인물이 된 안중근 의사 삶 조명”

입력 2010-02-02 18:57

“안중근 의사는 조국과 동족에 대한 사랑에 자기를 던져서 불멸을 얻은 사람입니다.”

소설가 이문열(62)씨가 올해로 순국 100주년을 맞는 안중근(1879∼1910) 의사의 불꽃같은 삶을 조명한 장편 ‘불멸’(전 2권·민음사)을 출간했다. 소설은 안 의사가 열여섯 청년이던 시절부터 시작해 1909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이듬해 3월 형장에서 짧은 삶을 마감할 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2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난 작가는 “다음달 26일이 안 의사가 순국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라 그 이전에 책을 내 안 의사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민족주의는 안 의사의 중요한 사상적 기반인데 우리 시대는 민족주의가 용도 폐기돼 가고 있다”며 “그렇더라도 지금쯤 안 의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장은 이씨의 신작 소설 출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씨는 “처음에는 로맹 롤랑식으로, 최소한의 원형만 남기고 특징을 잡아서 쓰려고 했는데 대상이 시대적으로 너무 근접해 있고, 주관화하고 소설화하기도 어려워 평전에 가까운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작가는 안 의사의 삶을 되살리면서 ‘고귀한 가치에 자신을 봉헌하는 모습’에 특히 주목했다. 작가는 “자객이나 장군, 영웅 중 어느 하나의 이미지만으로 안 의사를 묶기에는 미흡해 추상적인 개념으로 ‘불멸’이란 개념을 가져왔다”며 “안 의사는 자신에게 실존이라고 할 만한 가치를 위해 몸을 던져 불멸이 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안 의사는 ‘인간적’인 면모로 그려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안 의사가 죽기 전에 남긴 400장 분량의 자전적 기록에도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10줄에 불과할 정도로 인간적인 면모나 사생활, 현실에서의 일탈 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는 것.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두 가지 주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는 “하나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인데 정치인들을 다루는 것이라 쓰고는 싶지만 쓰기가 뜨악한 주제이고, 하나는 쓰기는 훨씬 쉽지만 썩 내키지 않는 주제라 어느 쪽을 먼저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불화 정도가 아니라 왕따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0년간 문인들을 거의 만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