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112죠? 화장지 좀 가져다주세요

입력 2010-02-02 19:13

얼마 전 화장지가 없어 화장실에서 못 나오고 있으니 휴지 좀 가져와 달라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 여부를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시 다른 112 신고 사건을 처리하고 있던 중이어서 신고자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이 때문에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까 걱정돼 매우 고민했다. 아무튼 앞선 신고 사건을 마무리하고 좀 늦게 화장실로 출동했는데 화장실 안의 신고자는 “이렇게 늦게 출동해서 어떻게 범인을 잡겠느냐”고 큰소리를 치는 게 아닌가.

휴대전화 보급, 신고의식 향상으로 112 신고 건수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 1999년 259만건에서 2008년 701만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범죄와 관련 없는 민원성 신고가 전체의 절반가량(44.3%)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경찰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올 1월부터 112 신고를 긴급성과 출동 필요성에 따라 긴급출동, 일반출동, 비출동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대응하는 112 신고 대응 시스템 개선 계획을 수립, 일제히 시행키로 했다.

112 신고 대응 시스템 개선에 앞서 시민의식부터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번 대응 시스템 개선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범죄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긴급 범죄 신고 외 민원성 신고는 다산콜센터(120)를 이용하는 등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

양용석 (서울 성동경찰서 왕십리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