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감리사들, 자치 80주년의 현장에 서다
입력 2010-02-02 17:55
[미션라이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리사들이 모였다. 감독회장 선거 파행 이후 감리회 각 지방을 대표하는 감리사들이 모이긴 처음이다. 다만 교단이 여러 진영으로 갈라져 갈등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듯 참석률은 저조했다.
2일 서울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에서 ‘자치 80주년 기념 감리사대회’가 열렸다. 이 예배당은 1930년 한국 감리교회의 첫 합동 총회와 자치선언이 있었던 장소다.
신문구 서울연회 감독은 ‘다니엘의 하나님, 우리 하나님’이란 설교에서 “감리교회의 현재는 ‘무대포’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만 절대 의지하며 기도한 다니엘의 결단으로부터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감목은 “감리교의 절망을 극복하려면 ‘백 투 더 바이블(성경으로 돌아가자)’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지난해 5월 직무대행에 선임된 이후의 상황을 설명한 뒤 “이 자리가 감리교를 정상화시키고 영적 위기를 회복시키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법이 저에게 준 권한을 바로,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선(先) 재선거 시행 의지를 다시 밝혔다.
이어 본부 임원들이 차례로 나와 올해 감리회 본부의 정책 방향과 계획을 설명했다. 사무국 김영동 총무는 “지난 1년5개월여간 돈과 폭력과 불법으로부터 본부가 방파제 노릇을 하며 정말 괴롭고 힘들었다”며 “감리사들이 감리교회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자치 80주년 기념을 내걸었지만, 연회 감독들이 본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이 직무대행과 본부가 감리사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본부가 중심이 된 선 재선거 추진 세력의 물리적 한계를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본부는 이날 대회에 보다 많은 감리사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본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선 총회 측은 감리사들의 참석을 막기 위해 애썼다. 결과적으로 감리사들의 참석률은 저조했다. 전국 감리사(202명)의 4분의 1 정도인 50여명만이 이날 대회에 참석했다.
이용윤 본부 행정기획실장 직무대리는 “처음 감리사들에게 연락할 때는 100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보다 적게 모였다”며 “그러나 자치 80주년 기념 및 희망을 찾기 위한 움직임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인원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선 총회를 지지하는 한 목사는 “이날 대회는 진정성이나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전감목) 개혁연대 임원 10여명도 대회에 참석했다. 향후 본부의 재선거 추진 과정에 전감목 측이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