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순 목사와 수서사랑교회… 400여 가정에 18년 한결같이 무료급식
입력 2010-02-02 21:11
18년 동안 지역민에게 무료 급식을 해온 음식 나누기의 ‘달인’ 서울 수서동 수서사랑교회. 인근의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거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는 음식을 집까지 배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육동순(60·여) 목사는 7년 전 쓰러져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육 목사는 사물을 완벽하게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데다 소리를 듣지 못해 입 모양만으로 대화하는 청각장애인이다. 이창희(69) 권사 역시 12년 전 쓰러져 한쪽 팔을 못 쓴다.
지난달 26일 육 목사의 12평 아파트에서 감자탕, 잡채 등을 준비하던 이들은 “우리 얘기는 말고 이 학생 얘기나 좀 써줘”라고 했다.
부모를 따라 왔다가 3년간 오후 반찬 배달과 노인 안마를 전담하다시피 한다는 장률(18·중동고교 2년) 학생 얘기였다. 육 목사는 “자원봉사 오는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 힘든 일은 도맡아 하고 책임감도 있다. 안마도 아주 잘해 3년 동안 내 차례가 안 올 정도”라고 웃었다.
육 목사의 나눔은 초등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하고만 사는 옆집 아이 2명을 늘 데려다 밥을 먹었다. 이 때문에 엄마에게 혼나기도 했다. 목회 전까지는 그저 이웃집과 음식을 나눈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목회를 하면서 나눔도 사역이 됐다.
한때는 배추 1200포기씩 김장을 했고, 인근 가락시장에서 식자재를 하루 열일곱 트럭이나 사다 나른 적도 있다. 고기도 한 번에 400여만원어치씩 구매했다. 은혜 받은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고, 푸드뱅크에서 식자재를 제공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건강이 나빠졌지만 나눔을 멈추지는 않았다. 요즘도 400여 가정에 급식을 한다. “지체장애 1급이잖아요. 나는 앉아서 지시만 해. 성도들이 고생하지. 그래서 음식 맛이 조금 떨어졌다니까. 하하.”
성도들은 그동안 받은 축복에 비하면 고생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 권사는 덕분에 아들이 목회자가 됐다고 했다. 박봉순(63) 권사는 “20년 전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 가고 직장도 못 다녔지만 아들 딸 모두 대학을 보냈다. 모두 공동체로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순자(61) 집사도 “가난으로 먹을 게 없을 때도 음식 준비하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혜정(83) 권사는 지금은 장성했지만 언젠가 아들이 전국 봉사대상을 받아왔더라고 자랑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