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암 잡는 ‘커피’
입력 2010-02-01 18:57
커피, 녹차 등을 통해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카페인이 치명적인 뇌암을 억제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난치병으로 치부됐던 뇌암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 이창준 박사팀은 경상대, 서울대, 인하대, 미국 에모리대 등 국·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카페인이 ‘신경교아세포종’이라 불리는 악성 뇌종양 세포의 움직임과 침투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암 분야 권위지 ‘캔서 리서치’에 게재됐다.
신경교아세포종은 지난해 8월 사망한 테드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이 앓았던 병으로, 전체 뇌암의 40∼45%를 차지한다. 전이가 빠르기 때문에 외과 수술을 통해서도 완치가 불가능하며, 대개 진단 후 평균 수명이 1∼2년에 불과하다.
뇌암 세포의 활동과 전이에는 칼슘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연구팀은 이 칼슘 분비에 관여하는 단백질 중 ‘IP3R3’이 뇌암 세포에 특히 많이 발현돼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카페인이 ‘IP3R3’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세포내 칼슘 농도를 줄이고 암세포의 활동 및 전이를 억제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뇌암에 걸린 쥐에게 매일 1㎎의 카페인을 물 1㎖에 섞어 한 달가량 먹인 결과, 뇌암 세포의 전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며 대조군(물 1㎖만 먹인 쥐)에 비해 생존율도 2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험에 쓰인 카페인의 양은 커피 2∼5잔 분량(약 500㎎)이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뇌종양 환자에게서 카페인의 효능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일반 커피에는 설탕, 크림 등 몸에 해로운 성분들도 많이 들어있는 만큼 되도록 블랙커피로 마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