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효력 정지 판결’ 김정헌씨 출근 강행… ‘한 지붕 두 위원장’ 난감한 문화예술위
입력 2010-02-01 18:57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두 명의 위원장이 재임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복직판결과 해임처분 효력 정지 결정을 잇달아 받으며 위원장 지위를 회복한 김정헌(64) 위원장이 1일 서울 동숭동 예술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현재 재임 중인 오광수(72) 위원장과 충돌하게 된 것이다.
오전 8시50분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출근한 김 위원장은 “제자리에 돌아오기 위해 출근한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위원장으로 재직할 때 입던 정장과 구두까지 갖추고 나왔다는 그는 “위원회가 두 위원장을 모시는 상황을 맞았지만 이건 내 책임이 아니다. 유인촌 장관이 만든 사태다”라며 “조직이 망가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유 장관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나는 법의 판단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위한 일회성 출근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부당해임이라는 게 밝혀진 만큼 매일 나올 것”이라며 “정신적 고통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정상 출근하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위원회 사무실 부근 아르코미술관 관장실에 김 위원장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마중 나온 윤정국 사무처장과 다소 언쟁을 벌였으나 일단 새로 마련된 사무실로 향해 양측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윤 사무처장에게 업무보고를 지시하기도 했다.
임기가 올 9월까지인 김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규정 등 위반을 이유로 2008년 12월 자신을 해임하자 바로 소송을 제기, 법정 공방을 벌여왔으며 예술위는 지난해 2월 임명된 오 위원장이 맡아왔다.
김 위원장은 오 위원장을 향해 “두 사람이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부당하게 해임된 이후 오신 것이니 오 위원장이 먼저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이보다 앞선 오전 8시20분 먼저 출근해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한편 예술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 전 위원장의 숙고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위원들은 “두 위원장 체제라는 기이한 현상은 예술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면서 “예술계의 존경을 받는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스스로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